평창 가볼만한 곳, 오대산 상원사의 신비로운 전설과 국보 이야기
강원특별자치도 평창의 깊은 산세 속에 자리한 오대산은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명산입니다.

그중에서도 오대산 상원사는 신라 선덕여왕 시절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천년 고찰로, 수많은 역사와 전설, 그리고 국보급 문화재를 품고 있어 평창 여행 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입니다.
비록 1946년의 화재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1947년 중창 이후에도 그 가치와 명성은 여전합니다.
오늘은 상원사에 깃든 조선 세조의 신비로운 이야기와 우리가 꼭 봐야 할 문화재들을 상세히 소개해 드립니다.
1. 세조의 목숨을 구한 고양이 석상의 비밀
상원사 문수전으로 향하는 계단 옆에는 사찰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는 한 쌍의 고양이 석상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이 석상에는 조선 7대 왕 세조와 관련된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집니다. 왕위 찬탈 이후 늘 신변의 위협을 느끼던 세조가 상원사 법당에 예불을 드리러 들어가려던 순간, 난데없이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그의 옷자락을 물고 격렬하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합니다.

이를 기이하게 여긴 세조가 병사들을 시켜 법당 내부를 수색하게 하자, 불상 아래에 세조를 암살하려는 자객이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고양이 덕분에 목숨을 구한 세조는 크게 감격하여 고양이를 위해 '묘전(猫田)'이라는 밭을 하사하고, 그 은혜를 기리기 위해 이 석상을 세우도록 명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학계에서는 이 석상이 불교에서 부처를 수호하는 사자를 조각하려 했으나, 당시 사자를 본 적 없는 장인이 상상력에 의존해 만들다 보니 고양이처럼 표현되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전설과 학술적 해석을 비교하며 석상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2. 문수동자의 기적, 피부병을 치유하다
세조는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것에 대한 업보였을까요, 온몸에 종기가 돋는 지독한 피부병(창병)으로 평생을 고통받았다고 합니다.

전국의 명의와 좋다는 약도 소용이 없자, 세조는 부처의 힘을 빌리고자 오대산을 찾았으며, 상원사로 향하던 길, 맑은 계곡에서 목욕을 하던 세조는 마침 지나가던 한 동자승에게 등을 밀어달라고 청했습니다.
목욕을 마친 세조가 동자에게 "어디 가서 임금의 몸을 씻었다고 발설하지 말라"고 당부하자, 동자는 "대왕께서도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그 후 세조의 피부병은 기적처럼 깨끗하게 나았고, 세조는 자신이 만난 동자가 문수동자(문수보살이 동자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에 감읍한 세조는 화공을 불러 자신이 본 문수동자의 모습을 그리게 한 뒤, 이를 바탕으로 목각상을 만들어 상원사에 모셨습니다. 상원사 입구에는 당시 세조가 목욕하며 의관을 걸어두었다는 '관대걸이'가 남아 전설에 생생함을 더합니다.
3. 전설 속 진실과 국보급 문화재
이러한 세조의 신비로운 설화들은 사실 왕위 찬탈이라는 정통성의 약점을 불교의 신성한 힘으로 덮고, 자신의 즉위를 정당화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1984년,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 제221호)'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불상 안에서 복장 유물(보물 제793호)이 발견되었습니다.
그중 '의숙공주발원문'을 통해 이 불상이 세조가 아닌 그의 딸 의숙공주 부부가 왕실의 안녕과 득남을 기원하며 1466년에 조성했음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복장 유물 속에서 세조의 피고름이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명주 적삼이 함께 발견되어, 질병 치유를 향한 세조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또한 상원사에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동종 중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상원사 동종(국보 제36호)'이 있습니다.
통일신라 시대인 725년에 만들어진 이 종은 천년이 넘는 세월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형태와 정교하고 화려한 비천상 조각을 자랑하며, 신라시대 금속 공예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4. 걷기 좋은 힐링 명소, 오대산 선재길

상원사에서 역사와 문화재를 충분히 감상했다면, 월정사까지 이어지는 약 10km의 '오대산 선재길'을 걸어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깨달음의 길'이라는 뜻을 지닌 선재길은 오대천 계곡을 따라 평탄하게 조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삼림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시원한 물소리가 더위를 잊게 하고,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절경을 이뤄 수많은 탐방객의 사랑을 받는 곳입니다.

인근 봉평의 '흥정계곡' 역시 사시사철 맑고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피서지이니 함께 여행 코스로 계획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